국민의힘 친윤(친윤석열)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18일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. 여권에선 ‘친윤’ 스피커인 이 의원이 사실상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며 지역구 공천 과정부터 쌓여온 불만을 터뜨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.
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으로 직접 발탁한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 부교수가 각각 당선권인 15번과 12번에 배치된 것을 직격한 것이다. 반면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(24번), 당직자 임보라 전 국민의힘 당무감사실장(29번) 등은 당선이 쉽지 않은 뒷번호에 배정됐다.
이 의원은 “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”고도 썼다. 이를 두고 한 여권 관계자는 “일개 재선 의원이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지도부에 후보 등록일 전까지 고치라는 건 통상 있기 어려운 일”이라며 “사실상 대통령실 의중을 전달한 것이라고 본다”고 말했다. 하지만 국민의미래 공관위 측은 “(공천은) 절차상 하자 없이 진행됐다”며 “본인이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의도적 흠집 내기를 하는 것”이라고 비판했다.
이 의원은 친윤 인사가 “야당과 당내 일부의 ‘친윤 공천’ 프레임은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다”며 오히려 지역구 공천에서 ‘윤심(尹心)’을 당내 친한(친한동훈)계가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취지로도 말했다. 윤 대통령의 40년지기 친구인 석동현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동료 검사를 비롯해 장·차관, 대통령실 출신 등이 원천배제되거나 험지에 공천받은 것을 사례로 들었다.
대통령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, 당내에선 이견이 생기고 있다. 국민의힘 한 의원은 “정치 신인인 한 위원장이 ‘챙겨 주는’ 공천 관행을 깨면서 불씨가 된 것 같다”며 “자기 사람들을 당 관례와 원칙에 맞지 않게 배치한 건 사천(私薦)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”고 지적했다.
설지연/정소람 기자 sjy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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